2025. 12. 17
하나님,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이미 주님의 은혜임을 먼저 고백합니다.
무너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아직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이 자리까지 우리를 데려오신 분이 주님이심을 압니다.
감당할 수 없는 날들 속에서도 하루를 건너오게 하셨고,
절망 한가운데서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신 은혜에 먼저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하나님,
우리는 지금 솔직히 지쳐 있습니다.
매일 저녁,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병실로 향하는 발걸음 위에 하루치 삶의 무게가 겹겹이 쌓입니다.
집에 돌아오면 밤이고, 몸은 아프고, 마음은 먼저 잠들어버립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오가야 하는 오빠의 삶을 주님이 아십니다.
이동의 피로와 시간의 소모, 책임을 내려놓지 못하는 마음이
그의 몸과 마음을 먼저 무너지게 하지 않도록 주님이 붙들어 주소서.
오고 가는 길마다 주님의 보호와 평안을 더하여 주소서.
매일 아버지 곁을 지키며
간병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동생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잠이 부족하고, 몸은 이미 한계를 말하고 있으며, 마음은 늘 긴장 속에 있음을
주님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사람의 체력과 정신으로는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주님이 대신 채워 주소서.
그의 무릎과 어깨, 지친 신경과 마음까지 주님이 친히 만져 회복시켜 주소서.
협착증의 통증을 안고도 새벽을 깨우는 어머니의 등을 보며 말없이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어머니를 꼭 지켜주소서.”
일어날 때마다 눌리는 척추의 고통 위에 오늘 하루를 견딜 힘을 더하여 주소서.
하나님,
봉사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제 건강도 주님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제 몸도 경고를 보내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쉬어야 할 때, 멈춰야 할 때를 분별할 지혜를 주소서.
아버지를 올려드립니다.
한 달 반의 침상에서 욕창과 근육 소실을 견디며
다시 발가락을 움직이게 하신 분은 주님이십니다.
한 다리씩 들고, 다시 힘이 들어오는 이 작은 회복이 이미 큰 기적임을 고백합니다.
기가 꺾여 보이던 아버지 앞에서 제가 던졌던 말이 혹시 상처가 되었다면
주님이 대신 풀어 주소서.
일으키려던 말이 짐처럼 얹히지 않게 하시고
아버지의 마음 깊은 곳에 “너는 아직 할 수 있다”는
주님의 음성만 남게 하소서.
폐렴, 패혈증, 신부전, 간부전, 뇌경색과 허혈,
약을 쓰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아버지를 여기까지 데려오신 하나님,
담임목사님과 교역자님들, 이름 모를 교인들의 기도를
주님이 하나도 흘려보내지 않으셨음을 믿습니다.
아버지가 서는 그날, 그 자체가 설교가 되게 하소서.
약국에 다시 서는 아버지가 살아 있는 증언이 되게 하소서.
하나님,
우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주님이 선하시기에 이 길을 “축복의 통로”로 사용해 주소서.
우리의 눈물과 인내와 회복의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믿음의 이유가 되게 하소서.
지금은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를 버틸 은혜를 주소서
내일을 걱정하지 않을 힘, 오늘을 살아낼 숨을 주소서.
이 모든 감사와 간구를 우리를 끝까지 붙드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립니다.
아멘.